2005/6/20(월)

바티칸 공의회 정신   바티칸 공의회 정신 최근 들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배우려는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교구 시노드를 진행중인 서울대교구의 경우 교구 차원에서 공의회 정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고, 광주대교구와 원주교구 등은 주보를 통해 공의회의 가르침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또 대전교구를 비롯한 타 교구에서도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공의회의 문헌을 구입하는 등 공의회의 정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전에 없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잘알고 있듯이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와 신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와 바람을 불러일으킨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누리시는 친교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공의회의 가르침들은 무엇보다도 교회가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천명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라는 사목헌장 1항은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공의회의 결실인 4개 헌장과 9개 교령, 3개 선언은 20세기를 넘어서 새로운 천년기를 지내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와 신자들의 삶에 좌표가 되고 있다. 한국 교회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우리나라 말로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과 교구사목평의회나 본당사목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는 것도 모두 직간접적으로 공의회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는 공의회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신자들은 아직고 공의회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고, 공의회 문헌을 한번쯤이라도 읽어본 신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사제나 수도자들 역시 양성 기간 중에 공부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금 새롭게 일고 있는 공의회 정신 배우기 바람은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교회와 신자생활의 쇄신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이 바람이 한낱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와 신자 개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 들어 참다운 내적 쇄신과 성숙의 활력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리하여 우리 교회가 자신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에 열린 교회, 세상을 위한 구원의 성사로서 거듭 나기를 희망한다. [평화 신문, 2002.2.24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