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1(화)

마카베오서의 교훈   마카베오서의 교훈 굳이 먼 옛날, 다른 나라의 사정을 살 필 것 없다. 한 나라의 정치적, 국민적 비화를 주도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원천적으로 사명감을 저버린 위정자들의 권력 욕임을 금세기 우리나라의 형편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카베오서에서 하느님의 법과 인간성을 외면한 자들의 권력욕이 빚어 내는 민족적 비극을 또 한 번 보게 된다. 율법과 성전에 충실하려는 영웅들이 헬레니즘을 거슬러 투쟁하는 이야기들에 있어 마카베오서 저자의 의도는 정치세력의 변천사가 아니라 신명기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종교자유화 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그러나하스모니아 왕가의 계승자들은 선조들이 율법에 대한 열성과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피흘려 얻은 종교적, 정치적 자유를 다시 억압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민족이 헌신적인 지도자들 밑에서 한 동안 누렸던 독립은 장마철에 잠시 빛나다 만 햇빛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종교적 열성과는 동떨어진, 권력에 대한 집착은 살붙이를 살해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자민족을 억압하는 반 율법적, 비인간적 행위로까지 그들을 몰아갔으며, 결국은 로마에 의한 속박이라는 민족적 비극으로 귀결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에 아부하면서 자국민을 억압하는 정책은 곧 독재의 한 측면이며 그러한 독재자의 말로와 독재의 결과는 항상 비참한 것이다. 순수한 의향에서 나오는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의지가 이루어 낸 자유와 평화의 승리와, 이기적 탐욕으로 침식된 폭압적 의지가 빚어 낸 비극사이의 뚜렷한 대조를 우리는 같은 가문의 인물들에게서 본다. 목적과 의지의 순수함, 이는 하느님께 받은 사명의 수행에 있어 장차 그분 앞에 내놓아야할 중요한 자아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