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오직 한 사람   오직 한 사람 가을이 오면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가 생각난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게 하소서.” 그 중에서도 특히 “오직 한 사람을`….” 이 구절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바오로의 서간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외어보기도 한다. “예수만을 보자.”(히브 12,`2) 몇 년 전 이냐시오 피정을 한 일이 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천주교 신자가 된 느낌이었다. ‘피정의 집’이 있는 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데 창밖의 숲과 밭들과 능선들이 그렇게 투명하고 아름다울 수 없었다. 한마디로 부활의 체험이라고 할까. 부활은 사후의 세계가 아니고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한 달 피정은 이런 뜻에서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예수만을`….” 그렇다. 돌이켜보면 그 피정의 핵심은 바로 이 한 구절에 있었던 것 같다. 잠시나마 나를 그토록 새롭고 투명하게 해준 힘은 바로 이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대가 기적을 구하지만 요나의 기적밖에는 따로 보여줄 것이 없다. 니느웨 사람들에게 요나의 사건이 기적이 된 것처럼 이 세대 사람들에게 사람의 아들도 기적의 표가 될 것이다. …`여기에는 요나보다 더 큰 사람이 있다.”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고 있으면 예수님이 이미 우리에게 오셨고, 또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 이것보다 더 크고 분명한 기적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성체성사야말로 가장 큰 은총이라고 믿는다.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그만큼 가치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엎어지고 또 엎어지고 수없이 엎어질 때마다 나는 내 곁에서 아파하시는 예수님을 깨닫는다. “예수님,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게 하소서.” [김시태,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