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18(토)

내 하느님, 내 자식   내 하느님, 내 자식 창조주 하느님, 무한하신 전능을 일컬어 아버지라고, 사랑하올 아버지라고 믿는 일부터가 신앙의 오랜 행로를 걸은 뒤에 얻어지는 결실이다. 지난 날, 천둥 번개 속에서 하느님 상제, 무섭게 으름장놓는 하느님을 생각하기는 용이하였다. 지옥에 대한 공포와 영원한 불을 주리라는 걱정이 죄인들의 밤을 악몽으로 시달리게 한것도 무리는 아니다. 창조주 하느님께 두려움을 품은 일은 당연하다. 하소연할 데 없는 재판관이시요 유일무이한 하느님이시다. 그처럼 세도있고 지엄하신 어른 앞이라면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길밖에 없다. 하느님의 유일무이하심과 초월성이 첫째가는 두려움이 되었다. 구약성서를 읽어보라. 이 두려움이 면면이 메아리치고 있다. 종살이에서 빠져나와 약속의 땅에 이르는 길고도 오랜 여정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도 여기저기 들려온다. 여인이 자기의 젖먹이를 어찌 잊으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어찌 가엾게 여기지 않으리! 어미는 혹시 잊을지 몰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아니하리라(이사 49,15) "나는 야훼다, 야훼다. 자비와 은총의 신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아니하고 사랑과 진실이 넘치는 신이다. 수천 대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베푸는 신, 거슬러 반항하고 실수하는 죄를 용서해 주는 신이다" (출애 34,6-7). 그러나 입법자의 다음과 같은 위협도 뒤따라 나온다. "그렇다고 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상이 거스르는 죄를 아들 손자들을 거쳐 삼사 대까지 벌한다" (출애 34,7). 레위기, 민수기, 특히 신명기를 읽어보라. "야훼를 두려워하며 섬기는 것이 지혜의 근본" (잠언 9,10)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오늘밤, 여기서는 레위기나 신명기를 생각지 않는다. 여기 외양간에서 마리아 곁에 앉아 있다. 복음 속으로 잠겨 내린다. 복음서는 "마리아는 드디어 첫아들을 낳았다" (루가 2,7)라고 한다. 그렇다. 초월이 육화를 낳았다. 지존의 위엄이 귀염으로 바뀌었다. 범접 못할 세계가 우리 팔 안으로 들어왔다. 무한이 지척에 오고, 하느님이 자식이 되셨다. 사지가 어떻게 뒤바뀐 줄 아는가? 여자 하나가 글자 그대로 "내 하느님, 내 자식" 이라는 말을 감히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제 두렵지가 않다. 아버지야 두렵기도 하다. 내가 잘 모르는 데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내 자식이 두렵다니 말이 안된다. 내 품에 안고 흔들며 그 보드라운 살을 어루만지는 아기, 내 보호와 품을 찾는 아기를 어떻게 두려워한담!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두려움을 모르는 평화가 드디어 내게 찾아 온다. 이제 내게 남은 수고는 단 하나, 믿는 것이다. 그리고 믿는다는 것은 낳는 것이다. 신앙으로 나는 끊임없이 예수를 자식으로 낳는 것이다. 마리아께서 그렇게 하셨다. 혈육으로 예수를 낳기는 훨씬 쉬웠다. 아홉 달이면 되었다. 신앙으로 예수를 낳는 데는 베들레헴에서 갈바리 이르는 예수의 평생을 품고 다녔야 했다. 마리아, 당신처럼 그 아기가 하느님이 심을 믿습니다. 당신의 자식임을 믿습니다. 내 망또 밑의 작은 성합 속에 계시는 그이의 현존을 예배합니다. 지금 그이는 여린 살보다 더 여린 빵의 현상 속에 감추어 계십니다. 마리아, 베들레헴에서부터 당신이 헤아릴 수 없이 뇌이신 말씀이 들려옵니다. "내 하느님, 내 자식!" 나도 그 말씀을 받아 욉니다. "내 하느님, 내 자식!" [까를로 까레또 저 '복되도다 믿으신 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