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유혹을 받고 죄에 떨어지는 것은 인간의 조건이다   유혹을 받고 죄에 떨어지는 것은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이 하느님과 다른 점은 유혹과 죄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늘 복음은 유혹을 당하신 예수님을 전하고 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유혹을 받으셨는가? 어떤 때에는 예수님께서도 유혹을 당하셨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일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을 수 없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그런 분이셨다면, 우리가 본받고 따라야 할 우리의 모범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예수님도 피로하시고, 배고프시고, 목마르시고, 화나시기도 하고, 침통해 하시고, 두려움에 쌓이기도 하시고, 죽도록 괴로워하시기도 하셨다. 한마디로 우리와 꼭 같은 인성을 지니셨던 것이다. 인간은 왜 유혹을 면할 수 없는가? 본능을 따라 사는 동물들에게는 자신의 본능이라는 한 가지 명령 계통 밖에 없기 때문에 유혹을 받고 갈등을 느끼는 때가 없다. 동물에게는 선택의 여지 곧 자유가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여러 가능성 앞에서 선택의 자유가 있기에 항상 갈등이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 유혹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인간은 “나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도리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악만 행하는”(로마 7,15) 모순적 존재인 것이다. ‘나’는 하나인데 나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善惡果)를 쳐다보니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워” 따먹고 말았다는 기록이 있다(창세 3,6). 이는 ‘따먹지 말라는 금기’와 ‘따먹어 보고 싶은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천사와 동물의 중간인 인간은 항상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혹에 떨어지는 것, 자유를 잘못 사용하는 것이 바로 죄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느 누구도 죄와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요구 앞에서 “모두가 다 죄인이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유영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