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의 세례
예수님의 세례  
예수님도 세례를 받으셨다.
그럴 이유가 없는 듯한데도 세례를 받으셨다.
그만큼 세례는 신비스런 성사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늘에선 이 소리가 들렸고 성령께선 비둘기의 모습으로 오셨다.
천상의 모든 분이 그분의 세례를 지켜보고 함께 했다는 표현이다.
예수님께만 일어난 사건이었을까.
누구든 세례를 받으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만큼 세례는 위대한 사건이다.
우리에게도 하늘의 응답이 있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 말씀이 있었고 성령께서도 오셨다.
다만 우리는 몰랐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은 예수님의 세례 축일이면서
우리의 세례를 되돌아 보는 날이다.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 말씀에 어울리게 살아왔던가.
세례성사 후 우리는 달라졌었다.
죄를 피하려 했고 사랑의 실천을 위해 노력했다.
기도에 힘쓰며 성사생활을 가까이하려 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미래엔 희망을 두었다.
지금은 어떤가.
열정의 불씨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때의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답게 살 수 있다.
세례란 씻는 예식이다.
무엇을 씻겠는가.
죄와 연관된 예식이다.
주님께서는 죄와 죄의 생활을 씻어 주셨다.
그것이 세례성사의 은총이다.
그런데 아직도 신앙의 길을 죄와 연관시키고 있다면 수정해야 한다.
살면서 만나는 죄와 지난날의 잘못 때문에 믿음의 길이
고통의 길이되고 있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신앙생활은 죄와 연관된 것이 아니다.
은총과 연관된 것이다.
얼마나 죄를 짓지 않고 사는가.
이것이 신앙생활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선 안 된다.
얼마나 은총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가.
이것이 신앙생활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믿음의 길은 홀로 걷는 길이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이다.
아버지는 사랑으로 대하는데 아들은
두려움만으로 다가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죄를 지었다고 금방 돌아서는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그렇게 단순히 여겨선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자격지심일 뿐이다.
그러나 죄 없음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이렇듯 세례성사의 은혜는 죄와 연관된 생활을 벗는데 있다.
세례를 받았다고 즉각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변신의 출발은 언제나 내 쪽에서 시작된다.
은총은 강압적인 힘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모든 관계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애정의 시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좋은 관계는 쉽지만 힘들고 어려운 관계는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세례를 새로운 탄생이라 했다.
'너는 내 아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다'
성서의 이 말씀은 예수님을 향한 말씀이면서
세례 받은 모든 이를 향한 말씀이었던 것이다.
사랑도 대화다.
사랑의 응답이 오갈 때 깊은 사랑이 가능하다.
신앙은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행위다.
아버지께서 내 운명을 돌보아 주셨고
앞으로도 함께 해 주실 것을 믿는 행위다.
사랑에 입각한 믿음이 아니라 죄와 연관된 믿음이었기에
메마른 신앙생활이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세례를 통해 보여 주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자
[신은근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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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2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