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처음 신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미스터리 소설을 탐독하던 나는 해결책이 발견되지 못한 어떤 것이 
신비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소설에서 말하는 미스터리는 신비와는 다르다. 
신비는 그 본래의 특성으로 해결되거나 알려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삶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신비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받지 않았다.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것은 우리의 능력이 모자라거나 
개인적인 실패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런 견해에서는 미지의 것은 도전을 해서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신비는 조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비를 알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우리가 그것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대한다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혜와 만나게 될 것이다. 

신비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암환자들과 만나면서 
나는 신비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을 목격했다. 
다른 어떤 것도 위로할 수 없고 다른 어떤 것도 희망을 주지 못할 때 
신비가 그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었다. 
다른 어떤 것도 치유할 수 없는 두려움을 신비가 치유하는 것을 보았다. 
몇 년 동안 나는 사람들이 어떤 신비를 대하면서 
경외심과 기쁨을 되찾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삶이 거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게도 그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신비라는 감각을 잃어버리면서 우리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는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 
경이를 지니는 사람들은 절대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는다. 

모든 일과 모든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차원이 있다. 
신비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더 큰 시야에서 보도록 이끌어 주고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을 따라 걷게 한다. 
인생은 미완성이다. 어떤 것도 완성된 것은 없다. 
그러나 미완성 안에서 모든 것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신비에 대한 감각을 지니게 되면 우리는 실망이나 판단을 하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곳을 향해 나갈 수 있다. 
신비를 지닌다는 것은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이고 
존경심을 지니면서 마음을 여는 자세이다. 
누구든 그가 알지 못하는 차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언제든지 지혜에 다다를 수 있다. 
장터에서도 신비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그들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 
어쩌면 신비가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우리를 치유할지도 모른다. 
이것을 안다면 우리는 그 자체로 신비인, 
우리가 머무는 장소에서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신비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더 이상 해답을 찾으려고 
애쓰거나 이해하려고 열망하지 않아야 한다. 
그냥 신비를 바라보기 위해 마음의 창을 열면 된다. 
삶을 관조하는 사람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진정한 지혜는 해답을 구하는데 있지 않다. 
우리가 찾는 해답은 항구한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나는 잘 사는 비법은 해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삶에서 일어나는 물음들을 나누는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류해욱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