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부활하신 까닭은? 

죽음을 사랑의 행위처럼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그리스도에게 죽음은 사랑하려는 노력의 절정, 
그 걸작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무한히도 나약하지만 그래도 그를 본받기에 힘써야 한다. 

정말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 아니다. 
물론 육체의 죽음이 그 절대적인 죽음의 가공스럽고 눈에 보이고 
오관에 감지되는 표징이기는 하지만. 
정말 죽음은 하느님과의 영이별이다. 
이것만은 안된다. 
정말 죽음은 믿지 못함이요 바라지 못함이요 사랑하지 못함이다. 

그 죽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고통이 무엇이고 슬픔이 무엇인지 안다. 
정말 죽음은 인간이 아버지께 불복할 때에 끝장나는 종점이다. 

인간이 자기 정욕에 의해서 꼼짝 못하게 묶여 버리는 파탄이다. 
인간의 위대한 꿈이 모조리 부숴져 버리는 철두철미한 패배이다. 

인간 전체의 파멸이다. 
죽음은 공허요 어둠이요 불안이며 절망이고 증오이고 파괴이다. 
그리스도가 이러한 죽음 속으로 들어간 것은, 
그 결별 속에 들어가 아버지께로부터 
영이별한 사람들과 유대를 되찾아 구원하기 위함이었다. 
그 절망의 밑바닥에 들어가서 희망을 선포하였다. 

자신의 부활로 그 어둠의 밑바닥에 들어가서 진리의 광채를 터뜨렸다. 
자신의 부활로 사랑하지 못하는 무력함 속으로 바닥까지 들어가서 
사랑의 무한한 기쁨을 전해 주었다. 
자신의 부활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함으로써 그리스도는 만유를 쇄신하였다.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함으로써 새 하늘을 열어 주었다.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함으로써 생명을 일신하였다. 

- 까르로 까레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