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받은 축복   

테초에 창조주께서 이 세상 만물을 지어 내놓자 
크고 작은 요청과 부탁이 잇달았다. 
머리가 좋지 못한 당나귀는 번번히 제 이름을 잊어 먹고 찾아왔다. 
창조주는 당나귀의 두 귀를 조금 늘어지게 잡아당기며 
또 이름을 잊어버리거든 귀를 생각하라고 꾸중을 했다. 

당나귀가 돌아가자 이번에는 여러 짐승들이 몰려와 
침을 가진 벌을 어떻게 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창조주는 그렇다면 목숨과 바꿀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도록 
벌의 침을 1회용으로 만든 후 벌에게 단단히 일렀다. 
그러자 여러 짐승들이 좋아라 박수를 치며 돌아갔다. 

창조주가 한숨을 돌리려는데 이번엔 양이 나타났다. 
"아버지 다른 짐승들이 저를 얕잡아보고 
못살게 굴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저의 이 고통을 덜어 주십시오." 
"네 말도 맞다. 너를 너무 곱게만 빚었어." 
창조주는 한참 있다가 은근히 물었다. 

"너의 이를 옥니로 하고 네 발톱을 갈퀴 발톱으로 만들어 줄까?" 
"아, 아닙니다. 저는 육식하는 맹수들과 같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럼 너의 입 속에 독을 감춰 줄까?" 
"아이고, 그건 더 싫어요. 뱀들처럼 미움을 받긴 싫어요." 
창조주는 또 머리에 뿔을 달아 줄까 하고 물었으나 
양은 그것도 싫다고 했다. 
양은 한숨을 쉬면서 쓸쓸히 말했다. 
"아버지, 이대로 저를 내버려 두십시오. 
누구를 해치며 살기보다는 옳지 않은 일을 당하면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양은 돌아갔다. 
이를 본 창조주는 양에게 어느 누구에게보다도 큰 축복을 내렸다. 
"오, 착한 양아! 너의 이름은 어진 이들의 상징이 되고 
어느 힘센 짐승들보다도 자자손손 번성할 것이다." 

"야훼여, 당신께서는 나를 환히 아십니다. 
내가 앉아도 아시고 서 있어도 아십니다. 
멀리 있어도 당신은 내 생각을 꿰뚫어 보시고 

당신은 오장 육부 만들어 주시고... 
어머니 뱃속에 나를 빚어 주셨으니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 
당신은 이몸을...." (시편 139)

나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 
나는 그분안에 자유롭습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분... 
나는 그분안에 행복합니다. 

나와 함께 계시는 분...
나의 '있음'이 의미를 지닙니다. 

내가 있다는 놀라움...
그것은 바로 그분이 계심의 놀라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