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서랍의 여운    
 
동료의 물건을 찾아다 줄 일이 있어 본의 아니게 남의 책상을 뒤지게 됐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었으므로 맨 윗서랍 중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찾는 물건은 없었다. 
간단한 세면도구뿐, 오른쪽부터 두 번째 서랍, 세 번째 서랍을 차례로 열어보았다. 
다음은 왼족 윗서랍부터 아랫서랍까지. 
두 번째 서랍부터 좌우 모든 서랍은 비어 있었다. 
스르륵 열리는 빈 서랍의 가벼움, 여닫음과 함께 살랑, 
바람결이라도 일 것 같은 빈 서랍의 여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건들을 잘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어쩌다 맘 먹고 처분하고 나면 즉시 쓸 일이 생기곤 해 더욱 깊어져버린 습관이다. 
책이고, 자료고, 우편 광고물까지 일단 보관하다보니 주변은 만원이다. 
빈 곳이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버릴 때까지 그 물건을 사용한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추후의 효용은, 버리는 순간 물건의 존재가 망각 저편에서 기억 속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버리지 않았다면 생각날 리도 없을 게 분명하다. 
필요없는 채움은 탐욕이 아니었을까. 
동료의 빈서랍의 여운이 길다. 
서랍도, 마음도, 조금은 비워두는 여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 신연숙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