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1(화)

가톨릭 전통 안에서 관상기도   가톨릭 전통 안에서 관상기도 관상기도는 가톨릭 전통 안에서 오랜 역사를 지녔다. 이런 형태의 기도는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등의 사막교부들이 수련하고 가르쳤으며,각 시대마다 이 전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부시대에는 서양에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대 그레고리오, 그리고 동양에 위(僞)디오니시우스와 헤시카스트들이 있었다. 중세기에는 성 베르나르도와 성 힐데카르트나, 마이스터 엑카르트 등이, 14세기 영국에는 '무지의 구름'을 쓴 월터 힐튼,노르위치의 줄리앙이 있다. 종교개혁 후에는 가르멜 수도회의 아빌라의 데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소화데레사 등이 있고, 프랑스에서는 프란치스코드 살과 상탈의 성 제인 등이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현대에는 수많은 영적 저서를 남겨 한국 신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토마스 머튼 신부가 있다. 우리는 이들 가운데 특별히 僞 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긍정신학과 부정신학의 차이를 설명한 다음 하느님이 어떤 감각이나 형상, 그리고 지적 개념에 속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다. 즉 상상할 수 있는 형상으로는 하느님을 알 수 없고 이러한 형상은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바로 부정신학이다. 긍정 신학이 삼위일체, 육화,진, 선, 미, 존재 등 가능한 개념적 설명을 총동원해 하느님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라면 부정신학은 인간이 하느님에 대해 어떤 개념들을 부여하든간에 그것은 초월적이고 신비적인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이를테면 '하느님을 무엇무엇이다'라고 표현하기보다 '하느님은 무엇무엇이 아니다'라는 부정적 진술을 통해서 하느님을 드러내고자 하는 신학이다. 위 디오니시우스는 긍정신학보다 부정신학을 통해 하느님을 더 정확하게 알게 된다고 말한다. 하느님 상에 대한 부정이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정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비적 관상에 전력을 다하고 감각, 지력 및 느낄 수 있거나 이해할 수 있는 온갖 것을 버리시오.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버리시오. 그리고 무지 중에 일치를 향해, 모든 본질과 인식을 능가하는 것을 향해 발돋음하시오. 그대가 거룩한 어둠의 초본질적 광채에 이르게 됨은 순전히 그대 밖에서 오는 자유롭고 절재적인 무아경에 의한 것입니다.' 僞 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중에서 僞 디오니시우스의 신비 사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때까지 공식화되지 않은 것을 구체화하고 대중화시킨것이었으며, '하느님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그의 기본사상은 이후 그리스도교 신비신학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부정신학이 명목상으로만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하느님에 관한 진리들을 서술할 수없는 것은 그것들이 너무나 긍정적이고,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능한 서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僞 디오니시우스가 부정적 내념들을 쓰다가도 때로는 긍정적 개념들을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14세기 가장 탁월한 영성작품으로 칭송받는 「무지의 구름」은 부정적 방식으로 하느님을 논하기 때문에 부정신학의 대표적 실례가 된다. 「무지의 구름」은 하느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하느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없고, 단지 하느님이 어떤 존재가 아니라는 것만을 알 뿐이라고 가르친다. '하느님을 가장 하느님답게 아는 것은 모름(무지)에 의해 알려지는 것'이라는 위 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은 스페인의 십자가의 성 요한에 의해 완성된다. 인간이 감각적이고 지적인 모든 상을 온전히 벗어버릴 때 비로소 하느님을 관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박순원 신부: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