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기다리는 사람의 행복   기다리는 사람의 행복   봉성체를 다니다 안젤라 할머니 차례가 되면 나는 그 집 앞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한복을 정갈하게 입고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를 뵈면 피곤이 싹 가시곤 하였기 때문이다. 며느님의 말을 빌리면 노환으로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1주일 전부터 이 옷 저 옷을 만지면서 기다리시다가 봉성체 전날에는 꼭 목욕을 하고 아침 일찍 곱게 단장하신단다. “할머니, 오래 기다리셨죠?” 순서대로 하다 보면 너무 늦은 때도 있어 들어서면서부터 미안해해도 “기다리는 재미도 꽤 좋다우” 하시는 할머니는 정말 행복해 보여서 오히려 우리가 고마워했을 정도였다. 오늘 주님은 기다리는 종의 행복을 말씀하신다. 종의 환영을 받는 주인의 행복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잘 점검해 놓고 기다렸다가 주인이 만족해하는 것’을 보는 종의 행복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기다릴 사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안젤라 할머니처럼 곱게 단장하고 맞이할 사람이 있으면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의 영적 여정도 마찬가지다. 내 기도를 들어주실 그분이 계시다는 행복, 그리고 그분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릴 때를 위하여 영적으로 깨어 자신을 정화시켜 나간다는 기쁨은 충실히 준비하는 마음과 정비례한다. 어떤 모습으로 주님이 다녀갔던 “나는 괜찮아, 늘 잘 대접했거든”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사람은 진정 깨어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며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에틀림없을 것이다. [정태연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