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화를 입으리라   그때에 예수께서 기적을 가장 많이 행하신 동네에서 회개하지 않으므로 그 동네들을 꾸짖으셨다. “코라진아, 너는 화를 입으리라. 베싸이다야, 너도 화를 입으리라. 너희에게 베푼 기적들을 띠로와돈에서 보였더라면 그들은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머리에 들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잘 들어라. 심판날에 띠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오히려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너 가파르나움아! 네가 하늘에 오를 성싶으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베푼 기적들을 소돔에서 보였더라면 그 도시는 오늘까지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잘 들어라. 심판날에 소돔 땅이 너보다 오히려 더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마태 11,20-24) - 화를 입으리라   IMF 시절에 노숙자·실업자·극빈 가정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8개 종단, 교단(불교·천주교·성공회·장로교·구세군 등)과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종교계 사회복지 대표자협의회·노숙자대책협의회를 조직하기도 했고 실업극복 국민운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런 일을 통해 종교계의 속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과 생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모 중앙부처 회의실에서 이웃돕기 성금과 금 모으기 행사에서 서울시의 어느 구가 가장 많이 참여했는지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가장 가난하다는 동네에서 제일 많은 금과 성금이 모였으며 가장 부자인 3개 구가 나란히 꼴찌를 했습니다. 모두들 충격을 받았는지 ‘어떻게 이럴 수가!’ 하는 얼굴로 말을 잃었습니다. 또 어느날은 강남에 있는 대형 교회에 노숙자를 도와 달라고 주무 장관이 교회 목회자들에게 호텔에서 아침을 대접하며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후 예배나 부흥회에 나오면 밥도 주고 돈도 주겠다는 몇몇 교회가 있었습니다만 그나마 몇 차례 그런 일을 하다가 흐지부지되고 그 교회 중의 하나는 그 어려운 시절에도 몇십억 들어가는 교회 주차장 확장공사를 한다고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 교회 목회자가 그랬다지요. “요새 그렇게들 어려워?” 은혜 충만, 성령 충만, 기적 체험을 해서 잘 먹고 잘 산다는 이들이 그들만의 성을 쌓고 이웃의 어려움에는 눈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교만에 넘친 엘리트 의식이 때로 심하게 역겨울 때가 있습니다. 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지요. 교우는 있지만 이웃은 없지요. 기적은 하느님 신비의 현현이요 하느님 나라의 현존입니다. 은총과 기적의 결과라고 믿는 자신들의 부와 안락이 사실은 더 겸손해지라는, 나누어야 하는 책임을 더 얹혀주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자신들 것인 양, 자신들 능력의 소산인 양 우쭐댄다면 오늘 말씀의 그 도시들처럼 큰 화를 입게 되지 않을까요? [서울교구 송경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