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0(월)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근래에 ㄱ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의 일이었다. 우연히 ㄴ이 합석을 하게 되었다. ㄱ은 오래 전에 세례를 받았고 열심한 신자였다. ㄴ과 나는 그날이 처음 만남이었지만, 그 둘은 그전에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서로 인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ㄴ이 갑작스럽게 성당에 다니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내가 대답할 사이도 없이 ㄱ이 끼어들었다. 왜? 왜냐니요? 아니 왜 성당에 다니려고 하느냐고? 성당에 다니면 안 돼요? 그러면 형님은 왜 성당에 다녀요? 너같은 애가 성당에 다닌다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래. 성당은 누가 다니는 건데요?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여 세례를 줘야 하는 나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ㄱ은 ㄴ에게 자꾸 면박을 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ㄱ의 신자로서의 자부심과 특유의 반어법, 그가 추구하는 목표도 알고 있기에 참고 기다렸다. 그날 ㄱ이 말한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다. 성당에 다니는 것은 사는 데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손해다. 시간을 봉헌해야 하고 경제적 부담도 해야 한다. 성당에서 만날 사람과의 관계도 수월하지 않다. 시작하고 나서 자그마한 상처를 받고 그만두느니 아예 지금 그만두어라. 신앙은 십자가다. 쉽게 말해 괴로운 것이다. 그 괴로움을 이겨낸 자가 맛보는 반복되지 않는 평화다. 하느님의 축복은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이기보다는 혹독한 시간을 견뎌낸 자에게 소리소문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너 자신의 말과 행위를 정당화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신앙이 아니다. 신앙에 비춰 너를 완전히 개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과정을 걸쳐 세례를 받았고 오랜 세월 신앙 생활을 했다. 그렇다고 일정한 경지에 올라선 것도 아니다. 지금도 예수님의 말씀은 어렵다. 말씀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예수를 버리고 물러간다. 이해를 한 다음의 실천은 더 어렵다. 그 이해와 실천 사이의 간격 때문에 또 어려움을 지나 괴롭기까지 하다. 하느님의 말씀이 귀에 거슬리니 예수를 … 더 이상 따라다니지않는다. 신자로 등록된 사람들 중에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예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간절하게 물으신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대전교구 김기범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