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동굴 속의 극기


몬테·파올로에 온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산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이 수도원의 평화와 침묵 속에도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과 창조의 시(時)를 눈과 마음속으로 느끼면서
안또니오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작고 보잘 것 없는 이 티끌 같은 나에게,
그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묵상의 세계를 나누어주신
하느님께 어떻게 감사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곧 성당을 찾아가 주 예수님께서 내려 주신 각별한 사랑으로
항상 가까이 그를 모시게 된 은혜를 감사드리고 다시없는 기쁨으로 삼았습니다.

안또니오는 다른 형제들과 함께 일을 나누어 하면서,
가장 비천하고 남이 싫어하는 일을 자원해서 하였습니다.
그는 부엌이나 밭에 나가서 다른 수사들이 하고 있는 일을 도와주는 것을
다시없는 즐거움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묵상과 기도와 연구하는 데 썼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수도원을 에워싸고 있는 숲 속을 거닐면서 풀과 꽃을 친구 삼아,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기원하고,
모든 사람들 대신하여 자기가 하느님께 감사하고
흠숭 하는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한 곳에 이르러 천연 굴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곳이야말로 완전히 나 혼자서 지낼 수 있는 곳이로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바닥에 풀을 뜯어 깔고 동굴 안팎을 잘 정돈해 두었습니다.
그 때부터 안또니오는 아침저녁의 일과를 마치거나 공동생활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동굴을 찾아, 
성서에서 가르친 묵상과 극기로써 자기 수양을 돋구었습니다.
단식과 수면 부족으로 지칠 대로 지친 자기 육신에 피가 흐를 정도로 
매질을 하면서,육신을 이기려고 애쓴 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십자가 위에 못 박혀 매달리신 그리스도의 고통을 묵상하며
자기 몸에 그 고통을 느껴보겠다고 몸부림 친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초월해서 어디나 비쳐 주고 있는 온화한 햇볕이
험상궂은 바위 굴 위에도 비쳐 주기 위해서, 수평선 저 쪽으로부터 강렬한 빛을 
가져다주면서이 경건한 은(隱)수사가 즐거움에 넘쳐 숭엄(崇嚴)한 
탈혼상태(脫魂狀態)에 놓여 있는 모습을 본 일도 흔히 있었습니다.

수도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릴 때가 되어 동굴을 나왔으나,
너무 지쳐서 발을 옮겨 놓지 못하고 쓰러지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는 다른 수사들이 그를 부축해서 성당에까지 모셔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런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속의 눈은 그처럼 바보 같은 것입니다.
세속 사람들은 그런 눈밖에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처럼 영웅다운 행위를 감상할 수도 없고, 덕을 닦아
보다 훌륭한 싸움 준비를 해서 마귀를 내쫓고,
성 바오로가 우리에게 말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고난을 우리 몸으로 이겨내고,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불쌍한 죄인이 용서함을 받아 세속을 구속하는데 협력하는"
거룩한 일을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는 동안에 안또니오의 가슴에 피어 있던 "정결의 백합 꽃"은
그 아름다움을 더 하였고 "겸손의 오랑캐 꽃"은 언제나 강한 향기를 뿜었으며
"사랑의 장미 꽃"은 하느님 대전에 보다 화려하고 기쁨에 넘쳐
은은한 향기를 내며 피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육신은 자기 스스로 겪는 순교 정신의 도가니 속에서 정화되고 
영화(靈化)되어 가는 동안, 그의 정신은 자유롭게 신비 속을 파고들어,
자연을 초월한 신비로운 진리의 보배를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청렴 결백과 보속, 
이것이 여러분을 천국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것은 다른 한편에서 볼 때에 천주의 사신인 천사가 오르내리는 
야곱의 사다리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막의 선구자 요안처럼, 우리의 안또니오 성인도 
하느님이 그에게 맡겨 주시려는 복음 전파의 사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과 세속 영혼들을 구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